예전부터 나를 위한 조언이라며 들었던 말들이 있다.
"넌 너무 정이 많아."
"넌 감정이 얼굴에 너무 드러나."
"넌 너무 쉽게 기분이 좋아져."
"너무 정 주지 마. 너무 좋아하지 마. 들뜨지 마."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아,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사나?' 싶어서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다 나를 위한 말들이였으니까. 내가 다치는걸 걱정해주는 사랑 넘치는 말들이였으니까.
조금 덜 좋아하려고, 덜 들뜨려고, 덜 정을 주려고. 차분하게. 아끼면서.
그런데 그렇게 노력한 결과, 남은 건 자기혐오뿐이었다.
"난 이래서 안 돼."
"역시 난 글렀어."
"단순한 내가 너무 싫다."
"또 들뜨는 내가 너무 싫다."
감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으니까.
너무 쉽게 좋아하지 않도록, 너무 많이 기대하지 않도록, 너무 깊이 실망하지 않도록,
나름대로 조절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더 힘들었다.
상처받을까 봐 감정을 조심스럽게 쥐고, 아껴 쓰고,
계산하면서 효율적으로 감정을 소비하려는 게오히려 나를 더 지치게 한것같다.
그래서 이제는 그냥 좋아해볼까 싶다.
날씨가 좋아서, 바람이 따뜻해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좋아서, 인사를 해줘서,
같이 웃어줘서, 내 안부를 물어줘서, 나를 걱정해줘서.
그게 뭐든.
다 좋아하고, 다 정 주고, 다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
그렇게 내 감정을 순간 순간 아낌없이 만끽하면서 살꺼다.
내가 상처받으면? 받으면 되는 거고.
금방 회복되겠지.
그럼 또 좋아하면 된다.
쉽게 기분 좋아지는 것도 나고, 쉽게 사랑하는 것도 나니까.
그럼 회복 탄력성도 좋아지겠지, 뭐.
이번 생은,비효율적으로 살 거다.
그냥 그렇다고.
날것의 두부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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